실로 오랜만의 휴일이었다. 포상 휴가를 받았음에도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난 하나부사는 습관적으로 연무장으로 향했다. 늘 입고 다니던 카타나슈의 제복이 아닌 나가기에 하카마 차림이었다. 수수한 색과 단정한 무늬의 평상복은 그가 지금 ‘휴가 중’임을 알리는 하나부사의 작은 배려였다. 상관이 쉬지 않고 있으면 그 아랫사람들도 쉬지 못하는 법이지 않는가. 카타나슈 1번대의 그 누구도 그의 옷차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대도 그는 확실히 하고 싶었다. 히카게마치의 카타나슈 1번대는 귀한 포상 휴가를 즐기는 중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귀신 대장’ 하나부사도 휴식 중임을.

 

중앙의 ‘귀신 대장’이 히카게마치에 부임한 이후로 한 해가 지났다. 중앙에서 히카게마치로 쫓겨난 지도, 약혼녀를 보지 못한 지도 한 해가 넘었다는 뜻이다. 하나부사는 한숨을 쉬었다. 두 달 전 일어난 오번승부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오랜 삶에 지루함을 느낀 요괴들의 생떼 들어주는 일이 쿠데타의 저지, 그리고 카타나슈에 대한 감사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나부사는 한 달 전 받은 서신을 떠올렸다. 그는 하나부사를 아끼는 그의 예비 장인이 보낸 서신으로, 죄인 둘을 중앙으로 압송하던 사자가 그에게 몰래 전한 것이었다. 서신의 내용은 간단했다.

 

‘히카게마치의 카타나슈에 대한 감사가 예정되어 있다.’

 

내용이 간단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 한 문장에 하나부사는 얼어붙고 말았다. 그 말은 곧, 한 달 내로 70년어치의 서류를 모조리 검토하고 새로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는 말이니까. 게다가 관련 공문과 서류 처리를 도맡아 하던 자가 죄를 지어 공석인 지금. 2번대에 남은 대원은 한 달 전 부임하여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한 모미지밖에는 없었으므로 카타나슈 1번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두 배의 업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럴싸한 서류를 만드는 데에만 보름을 꽉 채웠고, 이후 중앙에서 나온 감사관들의 접대와 이어지는 서류 검토, 그리고 또 다른 서류 요청을 쳐내고 나니 또다시 보름이 지나 있었다. 어떻게 해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감사가 잡음 없이 끝난 것을 보아 ‘어떻게든’ 해낸 모양이었다. 그 지긋지긋한 서류 업무를 끝내자마자 뺀질뺀질한 얼굴의 카사네와 마도카가 복귀한 것까지 모두 좋았다. 중앙에서 포상 휴가가 겨우 나흘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락만 오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부사는, 우타의 진노와 아오이의 헛웃음을 모른 척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쿠데타를 일으킬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연무장이었다. 평소 하나부사가 아침 연습을 하는 시각인,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인데도 진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고 있었다. 연무장 안을 쳐다본 하나부사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카타나슈 제복을 입은 아오이가 검술 연습을 하고 있던 탓이다. 휴가라는 자각이 있긴 한 건가, 저 녀석은. 본인도 같은 시간에 연무장에 나온 주제에 하나부사는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도 열심이로군, 아오이.”

 

하나부사의 목소리에 검이 멈췄다. 우아한 자세로 검을 집어넣은 아오이가 하나부사를 돌아보았다. 놀란기색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하나부사에게 가볍게 목례하며, 아오이가 입을 열었다.

 

“실감이 안 나서 말입니다.”

“쉰다는 것이?”

“예.”

 

아오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눈치 없는 아오이라도 하나부사의 말에 뼈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